#뮤지엄화재 #문화재사수 #안전방재
산불이 확산되자 국가지정문화재 ‘경포대’ 현판을 떼고 있는 문화재청 관계자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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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강원도 강릉에 큰 산불이 나 축구장 530개 면적이 타버리는 일이 발생했어요. 산불이 강풍을 타고 번지면서 강릉 경포호 일대의 문화재도 피해를 입었는데요, 이에 강릉시와 문화재청은 ‘뭐라도 살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문화재 사수’를 위해 고군분투했어요. 강풍으로 불길이 날아드는 와중에도 방해정과 경포대의 현판과 현액*을 떼어 챙겨 나왔고, 일부 현판은 인근 오죽헌 박물관 수장고로 옮겨 보관했다고 해요. 불길 속에서 구하지 못해 소실된 문화재도 있지만, 적극적으로 보호조치를 취한 직원들 덕분에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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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재 때는 인근 뮤지엄으로 수송하여 문화재를 지켜 다행이었지만, 만약 뮤지엄에 불이 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많은 소장품과 전시 작품들, 자료들이 불 속에 있다니, 상상만 해도 끔찍하죠? 오늘 레터에서는 그 끔찍한 상상이 실제로 일어난 뮤지엄의 화재 사건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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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액: 그림이나 글자를 판에 새기거나 액자에 넣어 문 위나 벽에 달아 놓은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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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엄을 좋아하지 않아도, 뉴욕 여행의 필수 방문지인 뉴욕 현대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 MoMA)! 지금으로부터 60여 년 전, 이곳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던 적이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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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로부터 소장품을 대피시키고 있는 뉴욕 현대미술관 직원들 ©BRITISH PATHÉ
*이미지를 클릭하면 사건 당시 영상을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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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4월, 당시 뉴욕 현대미술관은 한 달 동안 2층을 재정비하고 있었어요. 공사를 위해 바닥은 큰 천으로 덮여있었고, 그 위에는 공사 중 발생한 톱밥 더미들이, 그리고 곳곳에는 페인트 통이 열려있었다고 해요. 말 그대로 공사판 그 자체였던 거죠! 사건은 에어컨 설치를 위해 왔던 기술자들이 점심시간에 흡연을 하면서 시작되었는데요, 한 기술자의 담배에서 불꽃이 날아가 톱밥에 떨어졌고, 톱밥에 붙은 불길이 페인트에 옮겨붙어 불길이 치솟았어요. 작은 불꽃 하나로 연쇄 반응이 시작되면서 불길은 빠르게 커졌고 몇 분 안에 건물 전체가 연기로 가득 찼다고 해요. 당시 불길은 1시간 만에 진압됐지만 불길이 너무 거셌던 건지, 그사이 기술자 1명이 사망했고 최소 25명이 부상을 입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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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을 피해 작품을 옮기는 모습 ©AP/Wide World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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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전시 중이었던 2,000여 점의 작품들 대부분은 다행히도 손상되지 않았는데요, 이는 관람객들과 뉴욕 현대미술관 직원들이 건물에서 대피할 때 작품을 계단 아래로 서로 넘겨주며 함께 노력한 덕분이라고 해요.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도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이 작품을 보호하려는 절박한 마음이 느껴지지 않나요? 이렇게 옮겨진 작품 대부분은 54번가에 인접해 있던 휘트니 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으로 옮겨져 보관되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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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 클로드 모네 <수련> (오) 잭슨 폴록 <Number 1A> ©M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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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쉽게 옮길 수 없는 대형 작품들은 상당한 연기 피해를 입었다고해요. 그중 하나는 18피트(5.5m) 길이의 클로드 모네(Claude Monet)의 <수련(Water Lilies)> 시리즈였어요. 그리고 <수련> 위에 걸려 있던 잭슨 폴록(Jackson Pollock)의 <Number 1A>도 함께 큰 손상을 입었다고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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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사건을 계기로 뉴욕 현대미술관은 장 볼커(Jean Volkmer)를 선두로 보존 부서를 설립했어요. 장 볼커는 뉴욕 현대미술관의 전시 디자인 부서 직원이었지만, 당시 미국 내 최고의 현대 미술 보존가였던 셸던(Sheldon)과 캐롤라인 켁(Caroline Keck)의 견습생이기도 했어요. 장 볼커 덕분에 잭슨 폴록의 <Number 1A>는 복원에 성공했고, 현재 뉴욕 현대미술관 4층에서 만나보실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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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모네의 <수련>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시죠? 손상된 <수련>은 화재 이후 뉴욕 대학교의 보존센터에 보내졌는데요, 복원을 위해 갖은 노력을 했지만, 그을음을 덮어쓴 채 지하 창고에 보관되었어요. 그렇게 43년이 흐르고 2001년, 산소 원자 기술**로 복원에 성공했어요. 하지만 복원된 <수련> 작품은 지금 그 어디에서도 전시하지 않고 자취를 감췄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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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현재 뉴욕 현대미술관에 전시되어있는 모네 <수련>은 화재로 발생한 피해로 받게된 30만 달러의 보험금으로 화재 발생 1년 후, 새로 구입한 작품이라고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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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 원자 기술: 그을음은 탄화수소(탄소+수소)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여기에 산소를 쏘게 되면 탄소와 수소가 각각 산소와 만나게 되겠죠? 탄소와 산소가 반응하면 이산화탄소나 일산화탄소가 되고, 수소와 산소가 반응하면 수증기가 돼요. 우리 눈에 보이던 그을음(탄화수소)은 산소를 만나면서 다른 기체가 되어 공기 중으로 날아가 버리게 되기 때문에 그을린 그림에 산소 원자를 쏘면 물감 성분이 있는 원래 그림은 남고 그을음만 사라지는 원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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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가 발생한 브라질 국립박물관 ©KBS NEWS
*이미지를 클릭하면 사건 당시 영상을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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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브라질 수도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200년 역사를 가진 브라질 국립박물관(Museu Nacional/UFRJ)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어요. 화재 진압을 위해 출동한 소방관들은 유물을 한 점이라도 더 건지기 위해 진화 작업에 총력을 기울였는데요, 관람 종료 이후에 발생한 화재로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소장품의 90%(유물 2천만 점, 동물 수집물 표본 650만 점, 식물 50만 종)가 불에 타 훼손되었어요. 그중에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1만 1천 500년 전에 살았던 여성의 두개골 ‘루지아’ 화석도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번 화재 에어컨 때문이라고 추정했는데요,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에어컨이 설계된 것보다 더 강한 전류를 받았고 이로 인해 전기 합선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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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로 잔해만 남은 브라질 국립박물관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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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브라질 국민들은 이 화재 사건을 보고 이미 ‘예고된 비극’이라고 말했어요. 브라질 국립박물관은 200년이 넘은 목조 건물로 불에 약할 수 밖에 없었, 대부분의 전시실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어요. 소화기, 호스, 스프링클러, 방화문, 화재경보기 등 기본적으로 갖춰있어야 할 방화 시설 대비가 제대로 될 수 없었던 것은 브라질 국립박물관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 때문인데요, 브라질 정부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2016년 리우 하계올림픽을 위해 스포츠 시설에는 막대한 재원을 투입했으나, 국립 박물관에는 최소한의 예산조차 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어요. 브라질 국립 박물관은 2014년부터 연간 운영비인 52만 헤알(약 1억 5천억 원)을 받지 못해 전시관을 수리 할 때마다 크라우드 펀드를 진행해야 했었다고 해요. 리우 시내 마라카낭 경기장 보수 공사에는 국립박물관 관리비 2천 400년분에 해당하는 12억 헤알(약 3천 200억 원)을 들이면서, 문화시설에는 소홀했던 정부의 무능함에 브라질 국민들은 크게 분노하며 한동안 국립박물관 앞에서 정부의 대응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리기도 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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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국립박물관 화재와 관련해 정부에 항의하는 집회를 연 시민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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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까지 할 일인가? 싶기도 하겠지만, 브라질 국민들이 크게 분노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문화유산 화재 사고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브라질 국립박물관 화재 이전에도 이미 대형 화재가 무려 4번이나 발생해 브라질의 귀중한 역사와 문화 자산이 소실되었어요. 1978년 7월, 리우데자네이루 현대미술관(Museu de Arte Moderna do Rio de Janeiro, MAM) 화재로 모든 소장품이 불타 파블로 피카소, 살바도르 달리 등 유명 작가 작품 상당수가 불타면서 당시 가치로 6천만 헤알(약 160억 원) 피해가 났었어요. 그리고 2010년 5월에는 상파울루 부탄탄 연구소(Instituto Butantan) 화재로 당시 세계 최대 규모였던 생물표본 8만여 점이 소실되었고, 2013년 11월에는 상파울루 라틴아메리카 기념관(Memorial da América Latina) 화재로 중남미 역사 유물과 미술 작품들이 재로 변했어요. 2015년 12월에는 상파울루 포르투갈어 박물관(Museu da Língua Portuguesa)이 불에 타 포르투갈어의 유래와 형성 과정을 보여주는 자료들이 대부분 소실되었답니다. 잦은 화재 사건으로 브라질 국민들은 ‘불 지르고 문화유산 빼돌려 팔아치운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대요. 소 잃은 뒤 외양간마저도 안 고치다 결국 모두를 잃게 된 격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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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브라질 국립박물관 일부 재개관 모습 ©CNN Brasil
*이미지를 클릭하면 재개관 모습을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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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지금 브라질 국립박물관은 복구되었을까요? 지난해, 브라질 국립박물관은 독립 200주년을 맞아 4년 만에 일부만 다시 개관했어요. 완전 개방은 2027년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완전한 재건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해요. 후원금, 기부금 모집과 유물 기증 등을 통해 재건을 시도하고 있지만, 재건 기부금이 약 3억 2천만 원에 그치면서, 부족한 예산과 일련의 불투명한 사유들로 복구가 더 늦어질 거라 예상된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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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나라도 뮤지엄 내 방화 시설 대비가 완벽한 것은 아니에요. 앞서 살펴본 브라질 국립박물관 화재 사건을 계기로 국내 뮤지엄에서도 긴급 특별소방점검을 실시했어요. 화재 발생 요인, 미비 사항 등을 점검하고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했는데요, 앞으로 문화유산 보존을 위해 더 철저히 방재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했어요. 하지만 이런 다짐이 무색하게도 작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한 ‘국립문화시설 비상발전설비 안전 관리 실태 점검 결과’에 따르면 여전히 매우 미흡하다고 밝혀졌어요. 이러한 결과는 문화시설의 안전성과 문화유산 및 예술품 보호를 위한 방재 시스템 강화의 절대적인 필요성을 다시금 상기시키는 시점이 아닐까 싶어요. 보다 안전한 시설 내에 안전한 관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빠른 시일 내에 조치가 이루어지길 바라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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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S
・김빛나(2023.04.13.). “현판 떼어내고 직접 불 끄고...”화마에도 ‘700년 유산’ 경포대 사수, 헤럴드경제,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230413000418
・김선웅(2022.08.30.). 국립박물관·미술관 등 비상발전설비 안전관리 심각, 뉴시스,
https://mobile.newsis.com/view.html?ar_id=NISX20220830_0001995617
・도재기(2023.04.11.). 강릉 산불로 ‘경포대’ 현판들 급히 떼내…문화유산 보호조치 비상, 경향신문, https://www.khan.co.kr/national/incident/article/202304111447001?utm_source=urlCopy&utm_medium=social&utm_campaign=sharing
・이주한(2018.09.04.). 브라질 걸핏하면 대형 화재로 ‘역사·문화 소실’…“예고된 비극”, KBS NEWS,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4033400
・임은진(2019.04.05.). ”유물 잿더미 만든 브라질 국립박물관 화재, 에어컨서 시작”,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190405069800009
・정원식(2015.09.04.). 역사가 불타버렸다…국립박물관 화재에 거리로 나온 브라질 사람들, 경향신문,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1809041536001?utm_source=urlCopy&utm_medium=social&utm_campaign=sharing
・최종석(2023.04.12.). 방해정 일부 불타… 경포대는 현판 7개 미리 떼놔,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3/04/12/FG4DHNYMNBFGPJW2BW6DFKMHVE/
・LIFE(1958), ⌜Fiery peril in a showcase of modern art⌟, Vol.44, No.17, p. 53.
・https://www.moma.org/
・https://www.moma.org/interactives/moma_through_time/1950/moma-on-fire/
・https://www.moma.org/interactives/moma_through_time/1950/birth-of-momas-conservation-departmen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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