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파손 #직원실수 #소장품관리규정 이번 시즌 첫 레터에서는 관람객의 실수로 작품들이 파손된 경우에 대해 살펴보았어요. 하지만 이러한 작품의 파손은 뮤지엄 내부 직원의 실수로 발생하기도 해요. 유물을 지켜야 할 사람이 유물을 파손하다니… 한편으로는 놀랍지만, 또 한편으로는 우리 모두는 사람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이번 레터에서는 뮤지엄 직원의 실수로 파손된 작품들에 대해 이야기해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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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탕카멘의 가면(Mask of Tutankhamun)>은 이집트의 대표 유물 중 하나죠. 전 세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이 유물도 뮤지엄 직원의 실수로 고통받았다는 사실도 알고 계신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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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폭시 접착제를 듬뿍 발라 턱수염을 붙여 놓은 모습 ©Al-Araby Al-Jede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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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말 이집트 국립박물관(Egyptian Museum)에서 <투탕카멘의 가면>의 턱수염이 부러지는 사고가 발생했어요. 당시 뮤지엄 직원들은 쇼케이스를 손보고 있었다고 해요. 쇼케이스 위 조명을 수리하는 과정에서, <투탕카멘의 가면>을 옮기려고 들었는데 이때 턱수염이 부러지고 말았어요. 그대로 두었으면 차라리 나았을 것을… 직원들은 에폭시 접착제를 사용하여 떨어진 턱수염을 아주 엉망으로 붙여 놓았어요. 심지어 이 과정에서 가면의 다른 부위에 접착제가 튀었는데, 이를 날카로운 도구로 긁어내다가 흠집을 내기도 했다고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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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폭시 접착제는 접착력이 아주 뛰어나 유물 복원에 사용되는 재료 중 하나예요. 하지만, 주로 금속이나 석재 복원에 사용되며, <투탕카멘의 가면>처럼 금과 보석으로 만들어진 유물 복원에 적합한 재료는 아니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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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검찰은 복원가, 선임 복원 전문가, 전 복원부장, 전 박물관장 등 뮤지엄 직원 8명을 문화재 부실 복원과 유물 관리 소홀 혐의로 재판에 회부했어요. 복원부장과 박물관장은 왜 기소되었냐고요? 복원부장은 책임자로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고, 수리작업 전후 가면의 상태를 문서화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되었어요. 박물관장은 직원들이 에폭시 접착제로 턱수염을 붙이고 다른 부분에 떨어진 접착제를 제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계속하도록 묵인했다는 이유로 기소되었어요. 복원부장이었던 엘함 압델라흐만(Elham Abdelrahman) 박사는 좌천되었고, 나머지는 벌금형을 받거나 해고되었다고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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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탕카멘의 가면>을 ‘제대로’ 복원 중인 크리스티안 에크만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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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탕카멘의 가면>은 고대 유물 복원 전문가인 크리스티안 에크만(Christian Eckman)에 의해 복원되어 2015년 12월 다시 대중에 공개되었어요. 이 사건 이후 이집트 국립박물관은 재발 방지를 위해 복원에 관련된 모든 과정을 기록하고 있다고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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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국립고궁박물관(National Palace Museum)은 세계 최대 규모의 중국 유물 컬렉션을 보유한 뮤지엄으로 유명하죠. 워낙 방대한 소장품**을 가지고 있어서, 대중에게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는 소장품도 많다고 해요. 지난 2022년 10월 28일, 대만 국립고궁박물관 소장의 명•청대의 그릇 세 점이 파손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유물은 2021년 2월, 2022년 4월과 5월에 각각 한 점씩 파손되었는데, 이 세 점의 유물은 대중에게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는 유물이었다고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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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국립고궁박물관의 소장품은 중국 베이징 자금성 등지에 있던 것으로 국공내전 중인 1948년 장제스(蔣介石, Chiang Kai-shek) 총통의 지시로 대만으로 옮겨졌는데, 그 수가 69만 점이 넘는다고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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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손된 명·청시대 유물 세 점 ©대만국립고궁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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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천이신(陳以信, Chen I-shin) 입법의원(우리나라의 국회의원에 해당)은 우미차(吳密察, Wu Mi-cha) 관장이 유물 파손과 관련해 함구령을 내리고 관련 증거를 은폐했다고 주장했어요. 뮤지엄 측은 문제의 세 유물이 소장품 중 가장 낮은 등급인 ‘일반 유물(general antiquities)’로 분류되어 대중이나 문화부에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어요. 이후 뮤지엄은 지난 10년간의 CCTV 영상을 확인하는 등 파손의 원인을 찾고자 노력했어요. 조사 결과 유물 2점은 자연적 파손으로 추정되고, 1점은 직원의 부주의로 인해 파손되었음을 확인했다고 해요. 한 직원이 유물을 1미터 높이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가 바닥에 떨어뜨렸다는 거예요. 뮤지엄은 이 직원에 대해 징계 조처를 하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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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대만 국립고궁박물관의 경우 소장품이 너무 많아서 대여 중이거나 전시되지 않고 수장고에 보관 중인 유물에 대해서는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다고 해요. 과거 뮤지엄 측은 이 부분을 개선하겠다고 했는데, 이번 사건을 통해 개선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유물 세 점 모두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상태였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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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엄은 자연적으로 파손된 2점은 바로, 직원의 실수로 인해 파손된 1점은 직원의 징계 조치가 확정되면 복원작업을 하겠다고 했어요. 하지만 일각에서는 복원한다고 해도 이미 그 가치가 크게 훼손되었다며 대만 국립고궁박물관이 규모에 비해 소장품 관리에 소홀하고 관리 능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확산되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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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우리나라에서도 뮤지엄의 실수로 작품이 파손된 사례가 있는데, 알고 계신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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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프스의 신화 200801> ©서울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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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서울시립미술관은 남서울분관에서 ≪배를 타고 가다가 한강르네상스, 서울展≫을 개최했어요. 이 전시에 설치미술가 채미현은 <시지프스의 신화 200801>을 출품했어요. 이 작품은 물줄기에 레이저를 투사해 반짝거리도록 만든 작품이었어요. 두 달 보름가량 전시된 이 작품은 전시 중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요, 문제는 해체 및 반환 과정에서 일어났어요. 시립미술관 측으로부터 별다른 설명을 듣지 못한 운송업체가 작품을 임의로 분해하고, 안전장치 없이 작품을 포장해 작가에게 되돌려준 거예요. 운송 과정에서 레이저장치 등 작품의 기계 부분이 손상되었다고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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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작품의 예술적 가치가 손상됐다”며 2011년 서울시를 상대로 1억 1,000만 원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어요. 이에 2014년 1월 3일 서울중앙지법은 서울시립미술관이 운송업체에 운송상 주의 의무를 명확히 알려 작품 손상을 방지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8,500만 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판결했어요. 또 시립미술관 측이 재판의 변론이 끝날 때까지 5년 6개월에 이르는 기간 동안 보험금 지급 등 적절한 배상도 하지 않았다며 위자료 500만 원도 함께 지급하라고 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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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엄은 소장품을 관리하고 보존할 의무가 있지만 뮤지엄에서 이 일을 수행하는 직원들은 사람이라 종종 실수하기도 해요. 자연파손처럼 예기치 않은 일이 일어나기도 하고요. 대중도 이러한 경우는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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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제는 직원 개인이, 더 나아가 뮤지엄 전체가 이를 은폐하려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에요. 뮤지엄은 소장품이 보관이나 운송, 설치 과정에서 파손되는 경우를 대비한 프로토콜을 마련해야 해요. 소장품의 중요도를 떠나 파손 사실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적절한 방법으로 파손된 작품을 복원해야 하죠.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하고요. 뮤지엄의 잘못된 위기 대처는 관람객의 신뢰를 잃게 되고 한번 금이 간 신뢰는 회복되기 어려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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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뮤지엄이 소장품 관리 규정을 세우고 있지만, 소장품에 손상 등 이상이 발생했을 때 규정대로 대응하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상황이에요. 뮤지엄이 옳지 않은 대처를 하지는 않는지 우리 모두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할 때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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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S
・박태훈(2014.01.03.). 서울시립미술관, 작품 망가뜨려 작가에게 9000만원 변상., 세계일보, https://segye.com/view/20140103000377
・Associated Press(2016.01.24.), Eight Egyptions face trial over botched repair of Tutankhamun maskt, The Guardian, https://www.theguardian.com/culture/2016/jan/24/tutankhamun-mask-eight-egyptians-trial-botched-repair
・Daily News Egypt(2016.01.24.), 8 antiquities’ employees referred to trial over damage to Tutankamun mask, Daily News Egypt, https://www.dailynewsegypt.com/2016/01/23/8-antiquities-employees-referred-to-trial-over-damage-to-tutankamun-mask/
・Helen Davidson(2022.10.31.). Taiwan museum admits breaking artefacts worth £66m. The Guardian,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2/oct/31/taiwan-museum-admits-breaking-artefacts-worth-66m
・Patrick Kingsley(2015.06.22.). Tutankhamun’s beard glued back on, say Egyptian museum conservators, The Guardian,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15/jan/22/tutankhamuns-beard-glued-back-on-say-egyptian-museum-conservators
・Patrick Kingsley(2015.06.27.). Tutankhamun’s botched beard: conservation chief demoted to royal vehicles role, The Guardian, https://www.theguardian.com/culture/2015/jan/27/egyptian-museum-gluing-tutankhamun-beard-conservation-cairo
・https://sema.seoul.g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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