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작 #미술감정 #진위감정 "심주(沈周)가 아침에 한 폭의 그림을 그리면, 저녁에는 100장이 되었다."
명나라 산수화의 대가 심주(沈周)에 대해, 그의 제자 문징명(文徵明)이 남긴 말이에요. 한마디로 명작(名作)에는 위작이 많이 생긴다는 뜻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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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의 경제적 가치가 나날이 높아지고 그에 따른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우리는 위작의 홍수 속에 살고 있어요. 위작은 바로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만들어지고 있고, 미술시장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만들어질 거예요. 비록 그것이 속아서 발생하는 수요일지라도, 어쨌든 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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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의 생김새를 흉내 내는 수준으론 위작이 될 수 없는 시대예요. 위작을 만드는 데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고도화된 과학적 원리와 기술이 이용돼요. 위조범들은 위작을 제작하기 위해 0.1㎜ 단위의 채색이 가능한 3D 프린터까지 동원해요. 진품의 붓질 자국과 물감이 말라 갈라진 패턴까지 똑같이 재현해낼 수 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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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으로 둔갑한 위작은 국가적 손해를 발생시키기도 해요. 올해부턴 미술품의 상속세 물납*이 허용되었어요. 돈 대신 세금으로 내는 미술품이 알고 보니 위작이라면요? 그런 일은 절대로 발생하면 안 되겠죠. 따라서 미술품의 진위여부를 가려내는 ‘감정’의 중요성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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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의 경우에는 금전이 아닌 부동산이나 유가증권 등 물건으로 대신 납부하는 ‘물납’이 가능해요. 회화·판화·조각·공예·서예 등의 미술품이 물납 범위에 포함되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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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감정을 실시하는 기관은 크게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같은 정부 차원의 감정연구기관과, 사회적으로 공인된 민간 기구, 소더비(Sotheby’s)와 크리스티(Christie’s)같이 신뢰성을 인정받은 경매회사 등이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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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으로 공인된 국내의 대표적인 민간 감정기관으로는 한국고미술협회, 한국화랑협회,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가 있어요. 고미술품 감정은 주로 고미술협회가, 현대미술품 감정은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와 화랑협회가 맡아 진행해요. 해당 기관에 속해 있는 감정위원은 보통 화랑주나 학예사, 대학교수, 미술평론가, 표구·수복전문가 등 미술계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이들은 미술 분야에 수십 년간 몸담으며 매우 오랜 시간 미술작품과 작가를 연구해왔기에 믿을 수 있는 ‘감정 전문가’라고 할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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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감정은 크게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진위(眞僞)감정과, 금액을 매겨 가치를 평가하는 시가(市價)감정으로 나눌 수 있어요. 대서특필된 여러 위작 사기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는 것은 진위감정이에요. 진위감정은 감정 방법에 따라 출처(出處)감정, 안목(眼目)감정, 과학(科學)감정으로 세분화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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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출처감정이란 지난 레터에서 언급했듯, 소장이력과 카탈로그 레조네 등을 포함하여 전시이력·판매기록·작가 및 유족의 증언 자료 등에 대한 조사라고 할 수 있어요. 그뿐만 아니라 기타 출판 서적이나 작품과 관련된 기사 등 현존하는 모든 자료를 수집하여 살펴보고, 그 기록과 작품 소유자의 소장 경위 등의 진술 사이에 서로 모순되는 점은 없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기도 해요. 출처감정은 그야말로 진위감정의 기본 절차라고 할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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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안목감정이란 감정 대상 작품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들을 모아 그들의 지식, 경험, 직관에 기초하여 작품의 화풍·화법·재료·구도·서명 등을 분석하는 것이에요. 쉽게 말해 작품이 화가의 스타일과 일치하는지를 눈으로 검토하는 것이라 할 수 있죠. 대부분 만장일치로 진위여부를 가려내지만, 감정위원들끼리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엔 재감정에 들어가게 돼요. 만일 재감정을 했는데도 견해가 나뉘면 진위 판단 불가능 판정이 내려진다고 하네요. 안목감정 또한 출처감정과 마찬가지로 작품의 진위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감정 방법으로 여겨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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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마지막으로 과학감정이란, 과학이라는 객관적 분석 방법을 동원하여 미술품을 감정하는 것을 말해요. 분석 방법에는 흔히 현미경 관찰, 자외선과 적외선 촬영, X-선 투과촬영과 X-선 형광분석법, 방사성탄소연대측정 등이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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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감정에서 흔히 사용되는 현미경 관찰은 육안으로 판별이 힘든 작품의 세부를 확인하기 위해 사용돼요. 그림에 나타난 미세한 붓놀림, 작가의 사소한 습관 등 세부적인 특징뿐만 아니라 작품의 층서(picture’s stratigraphy)도 확인 가능하다고 해요. 작품에서 페인트 샘플(시료)을 채취하여 페인트층의 순서와 종류를 알아낸 뒤 진작의 것과 비교 분석하기도 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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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 폴 반 소머(Paul van Somer)의 <소녀(A Young Girl)> 작품 현미경 조사 장면 ©Art New England
(오) 작품에서 시료를 떼어 내는 장면 ©Art New Eng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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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 채취한 시료층을 현미경으로 관찰한 사진 재가공 ©Yale Center for British Art
(오) 채취한 시료의 실제 크기 사진 재가공 ©Yale Center for British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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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외선 촬영은 주로 회화 작품 표면의 바니시 흔적과 덧칠의 흔적, 수리 흔적, 각종 오염물 등을 관찰하는 데 사용돼요. 반면 적외선 촬영은 회화의 색면 아래 감춰진 스케치나, 작업 과정 중 바뀐 그림의 본래 형태를 확인하는 데 사용돼요. 이 또한 진작에서 보이는 스케치 형태들과 비교하여 진위여부를 감별해 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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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외선으로 촬영한 작자미상의 정물화 ©fineartconservation.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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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외선 촬영을 통해 확인한 바르톨로메오 몬타냐(Bartolomeo Montagna)의 <받침대 옆의 남자(Nude Man Standing beside a High Pedestal)>의 스케치 형태 ©The Morgan Library &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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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많이 이용되는 X-선 투과촬영(X-Ray Radiography) 또한 회화 작품 표면 아래 숨겨진 그림이나 이물질을 관찰하는 데 사용한다고 해요. 이를 통해 위조범들은 알 수 없는 작가의 숨겨진 버릇 등을 파악하여 진위여부를 감별해낼 수 있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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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사용된 안료(물감)의 종류와 성분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X-선 형광분석법(X-Ray Fluorescence Analysis)이 주로 사용돼요. X-선 형광 분석은 시료에서 발생되는 2차 X-선을 분석해 성분과 함량을 검출하는 분석 방법이에요. 안료의 정확한 성분뿐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변색된 안료의 화학성분까지 알아내 본래 어떤 색이었는지를 유추할 수 있다고 해요. 2005년 한국 미술계를 떠들썩하게 한 '박수근 위작 사기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당시 그림의 진위 여부를 밝히는 데 이 X-선 형광분석법이 사용됐다고 해요. 검사 결과 그림에서 티타늄과 규소가 공통적으로 검출되었는데, 이를 주성분으로 하는 물감은 박수근 사망(1965년) 훨씬 이후인 1984년에야 생산된 것으로 밝혀져 그림은 위작으로 판정되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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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오래된 작품의 경우에는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放射性炭素年代測定法, radiocarbon dating)이 사용된다고 해요. 방사성탄소연대측정이란 미술품의 안료, 철재, 캔버스, 종이, 나무 등에 있는 탄소를 분석하여 작품의 제작 연대를 파악하는 방법이에요. 작품의 제작 연대가 작가의 생존 기간과 겹치는지 확인해 보면 해당 작품이 진작인지 위작인지 알 수 있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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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미술연구재단(IFAR)의 이사 샤론 플레셔(Sharon Flescher)에 의하면 진위감정은 일반적으로 출처감정과 안목감정, 그리고 과학감정 순서로 진행돼요. 감정 전문가의 관찰에 따라 출처감정과 안목감정이 이뤄지고, 이후 더 정확한 감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었을 시 과학감정을 진행하게 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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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안목감정에는 주관이 개입될 수 있다는 이유, 저명한 예술계 전문가들조차 위작에 속은 사례들, 안목감정 단계에서 감정위원들의 견해가 나뉘어 진위 판단 불가능 판정이 내려지면 과학감정을 진행한다는 이유 등을 들어 보다 객관적인 분석법을 사용하는 과학감정이 가장 좋은 감정 방법이 아니냐고 해요. 그러나 어느 것이 더 우월하다고는 이야기할 수 없어요. 위조범이 오래된 캔버스와 물감을 구해 옛 그림처럼 위작을 구현해낸다면요? 예를 들어 ‘김환기 전문 위조범’이 김환기 생전에 생산된 캔버스나 물감을 구해 위조품을 만들었을 경우, 시료 분석 등을 통한 과학감정 상으론 진작이라 판명될 수 있겠죠? 이땐 전문가들의 주관적인 안목감정이 위작임을 걸러내는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될 거예요. 따라서 대부분의 감정 전문가들은 안목감정과 과학감정은 서로 보완적이라고 이야기해요. 우리가 여기서 알아야 할 것은 단 하나예요. 감정에는 절대적인 기준이 없어요. 우리는 진작을 감별할 때 출처감정, 안목감정, 과학감정 이 세 가지 방법 모두를 종합해서 신중히 판별해야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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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꾼이 활개를 치는 판국에선 우리도 스스로 위조품에 속지 않기 위해 똑똑한 구매자가 되어야 해요. 그에 대한 몇 가지 팁을 정리해 봤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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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고 좋은 작품은 없다는 걸 알지만 사람들은 일단 가격이 저렴하면 마음이 흔들리게 돼요. 노들러 갤러리의 관장 앤이 시가 10분의 1 가격의 그림에 마음이 흔들린 것처럼요. 본래의 가치가 1억인데, 오늘 하루 3천만 원에 구입할 수 있다고요? 위조품이 확실할 거예요. 값싼 제품에 현혹되어선 안 돼요. 시세보다 터무니없이 싸면서 좋은 작품은 세상에 없어요. 정준모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공동대표는 “3억짜리를 1억에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사기에 가담하는 것”이라고 말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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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되는 소리 같겠지만, 위조범은 간혹 홍차 티백을 사용하여 캔버스에 칠해진 물감의 색이 바래게 하거나, 균열을 내어 오래된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고 해요. 사용된 재료의 연대를 확인하고, 혹여 홍차 냄새가 나진 않는지 확인해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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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 전문가들은 계약서나 보증서, 소장이력 없이 거래되는 ‘음성적 거래’가 위작 사기를 근절하지 못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손꼽아요. 제대로 된 작품은 결코 음지에서 거래되지 않아요. 위작만이 음지에서 만들어져 음지에서 은밀하게 거래돼요. 오랜 경험과 신뢰를 쌓아온 공인된 아트페어나 화랑, 경매회사를 통해 작품을 구입하는 게 좋아요. 만일 추후 문제가 생겼을 때도 보상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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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S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2020). 방사선을 이용한 문화재 비파괴 투과 조사 안내서, https://portal.nrich.go.kr/kor/originalUsrView.do?menuIdx=1046&info_idx=8627&totalYn=Y/
・캐슬린 김(2015). 예술법, 학고재.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2014). 한국 근현대미술 감정 10년, 사문난적.
・김겸(국립현대미술관). 미술작품의 과학적 분석 방법, 네이버 지식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568275&cid=58862&categoryId=58871
김선미(2023.02.16.). 올해부터 미술품 물납제…작품 감정이 과학기술과 만나면[스테파니], 동아일보,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30216/117907751/1
・뉴스핌(2023.02.20.). 40년 미술품감정 송향선대표 "위작에는 향기가 없다"(상), 뉴스핌,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3021900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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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2022.12.19.). 157년간 숨겨져 있던 비밀…'빵과 달걀이 있는 정물' 아래의 '자화상', 뉴시스, https://newsis.com/view/?id=NISX20221219_0002127648&cID=10101&pID=10100
・도재기(2020.06.19.). (4)위작, 감정, 그리고 진위논란… 내가 그린 가짜, 남이 그린 진짜, 경향신문, https://m.khan.co.kr/culture/culture-general/article/202006191622005#c2b
・두산백과.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 네이버 지식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099403&cid=40942&categoryId=32248
・박재용(2016.06.13.). ‘미술품 감정(鑑定)’에 대한 또 다른 감정(感情), KBS NEWS,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3294559
・백세희(2019.11.07.). [백세희 변호사의 아트로] 어쩐지 너무 많더라니. 아무리 그래도 2834점 전부가 위작이었다니···, 올댓아트, https://m.blog.naver.com/allthat_art/221700522418
・서철인(2009.12.). 한국미술품감정연구소의 감정은 정확했다, 월간조선 뉴스룸, http://monthly.chosun.com/client/news/viw.asp?nNewsNumb=200912100046
・손영옥(2020.06.04.). 슬기로운 미술 의사 생활?…미술품 복원사 C의 하루, 국민일보,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4654997&code=61171111&sid1=cul
・정종훈(2023.01.19.). 맥주 세금 31원 인상…문화재·미술품 상속세 물납 허용, 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34733#home
・조환규(2016.07.10.). 위조의 기술, 감정의 과학, 경향신문, https://m.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1607102050005#c2b
・지호일(2013.01.27.) ‘흰소’에 묻은 모발·필체 분석 2834점 4년 만에 “모두 가짜”… 이중섭·박수근 작품 위작 논란 결론, 국민일보., https://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06843752&code=11131900
・최재훈(2022.07.21.). 작가는 ‘내 작품’, 판사는 ‘위작’... 샤넬백보다 더 헷갈리는 ‘미술품’ 감정 [사모당],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2/04/14/4XXZCVAOMVEPHLY4P55DVS5KMI/.
・Analytic Tools And Technologies for Examining Tudor And Jacobean Painting. (n.d.). Yale Center For British Art, https://studentguides.britishart.yale.edu/microscopy
・YTN 사이언스(2016.12.14.). 예술작품, 과학으로 위작여부 가린다…감정학 속의 과학, YTN 사이언스, https://science.ytn.co.kr/program/view.php?mcd=0082&key=201612141546532076
・YTN 사이언스(2022.05.13.). [사이언스 in Art] "이 그림의 주인은…" 탄소연대측정으로 미술품 감정, YTN 사이언스, https://science.ytn.co.kr/program/view.php?mcd=0082&key=202205131612096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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