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작 #위작스캔들 #진위감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관장에게 물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위작이 전시되고 있을까요?”
그에 대한 대답은 이랬죠.
“모르겠습니다”
-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당신의 눈을 속이다: 세기의 미술품 위조 사건>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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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당신의 눈을 속이다: 세기의 미술품 위조 사건>은 미국 최대의 위작 사건을 주제로 해요. 1846년에 설립되어 무려 165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뉴욕의 권위 있는 화랑 노들러 갤러리(M. Knoedler & Co.)가 치욕적인 대규모 위작 사건에 연루됩니다. 위작스캔들로 인해 2011년 폐업을 선언하기까지 이 화랑의 주요 고객은 제이피 모건(J. P. Morgan), 헨리 클레이 프릭(Henry Clay Frick)과 같은 억만장자들이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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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러 갤러리를 위작 스캔들에 휘말리게 한 주역은 다름 아닌 갤러리의 대표 앤 프리드먼(Ann Freedman)이었어요. 앤 프리드먼과 함께 일했던 윌 아메린저(Will Ameringer)는 “그녀는 에스키모에게 눈(snow)을 팔 수도 있었으며, 그녀에게 온 손님은 그림을 사지 않고는 나갈 수 없었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어요. 앤 프리드먼이 상업화랑의 대표로서 타고난 재능이 있었음을 증명하는 말이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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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 노들러 갤러리 전경 ©The New York Times
(오) 앤 프리드먼 인터뷰 장면 캡처 ©Made You Look: A True Story About Fake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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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경위는 이러했어요. 화랑계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던 노들러 갤러리의 대표 '앤'은 글라피라 로잘레스(Glafira Rosales)라는 자칭 미술품 중개인에 속아 1995년부터 2008년까지, 무려 13년에 걸쳐 마크 로스코(Mark Rothko), 로버트 마더웰(Robert Motherwell), 잭슨 폴록(Jackson Pollock) 등 20세기 대가들의 위작을 유통했어요. 이는 자그마치 8,000만 달러 규모였죠. 위작을 구매한 피해자 중에는 일류 컬렉터와 대형 미술관 관계자뿐 아니라,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회사의 대표도 있었어요. 바로 소더비의 대표 도미니코 드 솔레(Domenico De Sole)였죠. 그는 노들러 갤러리에서 마크 로스코의 <무제> 위작을 무려 830만 달러에 구입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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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러 갤러리의 위작 유통의 내막은 영국 헤지펀드 운용사 GLG의 설립자 피에르 래그랑(Pierre Lagrange)이 2007년 노들러 갤러리로부터 1,700만 달러에 구입한 잭슨 폴록의 작품을 되팔기 위해 경매에 내놨다가 해당 작품이 위작임이 밝혀지며 드러나기 시작했어요. 작품에 사용된 노란색 물감이 폴록이 사망한 1956년 이후인 1970년대에 생산된 제품으로 분석되었기 때문이에요. 이 사건을 시작으로 노들러 갤러리에서 유통한 작품 60여점의 정체가 줄줄이 밝혀졌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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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작 사기 주범 글라피라 로잘레스 ©New York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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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 도미니코 드 솔레가 구입한 마크 로스코의 <무제> 위작 ©THE WALL STREET JOURNAL
(오) 피에르 래그랑이 구입한 잭슨 폴록의 <무제> 위작 ©THE ART NEWS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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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여 점의 위작을 그린 주인공은 다름 아닌 화가이자 위조 전문가인 첸 페이선(Pei Shen Qian)이었어요. 그리고 이 모든 사기극을 설계한 사람은 위에서 언급한 자칭 미술품 중개인 글라피라 로잘레스와 그녀의 남자친구였어요. 그녀는 의도적으로 앤에게 접근했다고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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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밝힐 수 없는 멕시코 거주 부호의 아들이 유산을 처분하고자 한다. 현금 결제 시 시가의 10분의 1 가격에 판매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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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의 10분의 1 가격이라뇨? 글라피라의 제안이 매우 황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앤은 돈에 눈이 멀었던 것인지, 정녕 진작이라 믿었던 것인지 여하튼 그녀는 사기범의 제안에 홀라당 넘어가고 말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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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로그 레조네(catalogue raisonne)란 작가의 전작을 실은 도록을 의미해요. 재료나 기법, 제작 시기 등 기본 정보는 물론 소장이력, 전시이력, 작가 생애 등을 집대성한 '분석적 작품 총서'라고도 할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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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진위성을 의심할 만한 정황들은 충분히 존재했어요. 유통된 잭슨 폴록의 위작 중에는 서명이 잘못된 것도 있었고, 마크 로스코의 작품엔 진작이라면 사용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의심스러운 흰색 프라이머 처리가 되어있기도 했어요. 이외에 앤과 글라피라를 통해 유통된 모든 작품엔 정품인증서가 없었고, 소장이력이 불분명했어요. 특히 미술품 진위여부를 감정해주는 국제 미술 연구 재단(IFAR)에서는 당시 그들이 유통한 잭슨 폴록의 작품이 위작이라는 판정을 내려 거래 중지를 촉구하기도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앤과 다수의 전문가는 작품이 진작이라 우겼죠.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고 난 뒤, 앤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자신은 그저 완벽한 진작이라고 믿었음을 강력히 주장했어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소장이력조차 불분명한 의심스러운 정황들이 차고 넘쳤음에도 말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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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 잭슨 폴록의 위조된 사인 *실제 스펠링은 Jackson Pollo'c'k ©CBS NEWS
(오) 중국 선전의 위작 스튜디오에 소속된 위조화가가 마크 로스코의 사인을 흉내내는 장면 캡처 ©Made You Look: A True Story About Fake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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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미술품 포렌식 연구소(New York Art Forensics)의 설립자 제프리 테일러(Jeffery Taylor)는 위작을 사게 되는 컬렉터들에게서 흔히 보이는 사고방식이 있다고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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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지는 것과 똑같은 과정이다. 결점을 못 본 척하고 너그럽게 봐준다. 새로운 사랑에 빠진 사람이 상대의 결점을 못 본 척하듯이…."
-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당신의 눈을 속이다: 세기의 미술품 위조 사건>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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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작품의 소장이력이 매우 의심스럽다는 것을 앤도, 그림의 구매자들도, 미술계 전문가들도 모르지 않았어요. 모두 알고 있었어요. 그러나 그들은 작가의 명성에 이미 마음을 빼앗긴 상태였고, 그렇기 때문에 진짜라고 믿고 싶었을 거예요. 그리고 결국 결점과 위험신호들을 못 본 척 너그럽게 넘겨버렸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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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법』의 저자 캐슬린 김에 따르면 시중에서 이루어지는 예술품 거래의 약 10퍼센트가 위작으로 추정된다고 해요. 생각보다 위작의 비율이 꽤 높아서 많이 놀라셨죠? 작품 매매 시 진위여부나 합법성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소장이력(provenance)이 중요해요. 소장이력을 의미하는 'provenance'는 프랑스어로 '기원하는'이라는 어원에서 파생됐으며, 작품의 특징뿐 아니라 가치, 출처, 소유이력 및 소유권 이전 능력, 진품증명과 관련된 모든 자료를 의미해요. 한마디로 잘 기록된 소장이력은 진품성 주장의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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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인 진품이라면 현재 소유자로부터 이전 소유자를 거쳐, 예술가의 작업실까지 논리적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어야만 해요. 작품이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고, 누가 구매를 했고, 또 누구의 손을 거쳤는지, 거래 과정 중 특이사항은 없었는지를 보여주는 서류 같은 것이 분명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하지만 다시 한번 말하지만 앤과 글라피라가 유통한 작품들에는 제대로 된 소장이력이 없었어요. 특히 그들이 유통한 잭슨 폴록의 작품에 소장이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말도 안되는 소리였죠. 폴록은 생전에 매거진 라이프(LIFE)에도 실릴 정도로 이미 유명한 화가였어요. 때문에 성공한 화가의 작품이 소장이력도 없이 거래되었다는 것은 실상 말이 안 되는 일이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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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 소장이력(provenance) 관련 서류 이미지 ©artrights.me
(오) 1949년 LIFE 매거진에 실린 잭슨 폴록 기사 © LIFE 8 Aug 1949 via Google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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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법 전문 변호사 알렉시스 푸놀(Alexis Fournol)은 '카탈로그 레조네' 또한 위작 시비를 가리는 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해요. 카탈로그 레조네, 일명 '전작도록'이란 작가의 전 생애에 걸친 모든 작품의 정보를 상세하게 기록한 도록이에요. 작품 이미지와 함께 제작시기, 재질 등에 대한 작품 정보는 물론이고 작가의 생애, 소장경로, 전시 및 경매이력 등 모든 것이 총망라된 도록이죠. 따라서 이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위작 사기를 방지하는 데 꼭 필요한 기초자료가 될 수 있어요. 한마디로, 내가 거래하고자 하는 작품이 해당 작가의 카탈로그 레조네에 수록된 작품인지를 확인해보면 되는 것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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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일대학교(Yale University Press)에서 출판한 잭슨 폴록의 카탈로그 레조네 ©wright2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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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이력과 카탈로그 레조네 확인 등의 출처감정을 꼼꼼히 진행한다면 우리는 위작에 속지 않을 수 있을까요? 사실 안타깝게도 출처자료 또한 영리한 위조범들에 의해 위조될 수 있어요. 구매자를 완벽히 속이기 위해 가짜 카탈로그 레조네를 제작하거나 소장 이력 관련 서류를 위조하여 경로를 세탁하기도 하죠. 따라서 보존 과학 전문가 제임스 마틴(James Martin)은 미술품 진위 감정을 위해선 소장이력 및 카탈로그 레조네 등을 통한 출처감정뿐만 아니라, 안목감정과 과학감정 또한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요. 한마디로 이 세 가지 감정 절차가 균등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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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목감정이라니, 단순히 눈으로 살펴보고 감정하는 것을 의미하는 걸까요? 과학감정은 또 무엇일까요? 대체 어떤 과학적 방법으로 미술품의 진위를 감정한다는 것일까요? 나머지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더욱 재미있는 사례를 통해 소개해 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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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S
・캐슬린 김(2015). 예술법, 학고재.
・서성록(2016). 미술품 위작,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더원미술세계, 46(381), 46-50.
・이서정(2021). 미술계를 뒤집어놓은 위작 사건, 아트인사이트,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2478492&memberNo=2060019&vType=VERTICAL
・채준(2021.09.15.). [케이트의 아트마켓] 30. 위작(僞作)과 진작(眞作) ①, 스타뉴스, https://www.starnewskorea.com/stview.php?no=2021091509474620954
・채준(2021.09.23.). [케이트의 아트마켓] 31. 위작과 진작②, 스타뉴스, https://www.starnewskorea.com/stview.php?no=2021092310155732397
・한경진(2021.08.24.). 美 최대 미술품 사기, 中 모사꾼이 800억원어치 그렸다 [왓칭],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culture-life/watching/2021/03/29/PMBJWIP3WVDXLNPTYLE4U6WYZE/
・Barry Avrich(Director)(2020). Made You Look: A True Story About Fake Art [Documentary Film], documentary channel, Melbar Entertainment Group.
・Kaja Whitehouse(2017.01.31.). Scam artist claims boyfriend was mastermind of $80M fake art scheme, New York Post, https://nypost.com/2017/01/31/scam-artist-claims-boyfriend-was-mastermind-of-80m-fake-art-scheme/
・Michael Shnayerson(2012.04.23.). A Question of Provenance, Vanity Fair, https://www.vanityfair.com/culture/2012/05/knoedler-gallery-forgery-scandal-investigation
・Patricia Cohen(2011.11.30.). A Gallery That Helped Create the American Art World Closes Shop After 165 Years, The New York Times, https://www.nytimes.com/2011/12/01/arts/design/knoedler-art-gallery-in-nyc-closes-after-165-years.html
・Thomas MacMillan(2016.01.25.). Art-Forgery Trial: Freedman Ignored ‘Stark Warnings’ of Fakery, The Wall Street Journal, https://www.wsj.com/articles/art-forgery-trial-freedman-ignored-stark-warnings-of-fakery-145377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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