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범죄 #예술품절도 #도난예술품 지난 레터에서는 뮤지엄의 보안과 보안을 뚫고 예술품을 훔치는 사례에 대해 살펴보았어요. 예술품 절도는 주로 그 가치가 큰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데요, 너무 유명하면 시장에서 팔 수도 없을 텐데 도대체 왜 훔치는 걸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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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예술품을 훔치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예술품 도난은 전 세계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범죄 중 하나라고 해요. 훔친 예술품은 지하경제에서 화폐로 사용되거나 돈세탁의 수단이 되기도 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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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아트내핑(art-napping)이라는 말 들어본 적 있나요? 아트내핑은 예술을 뜻하는 ‘art’와 납치를 뜻하는 ‘kidnapping’을 합한 말로 작품을 인질 삼아 원소장자나 보험사에 작품의 몸값을 요구하는 것을 뜻해요. 보험금 같은 금전적 보상 대신 잃어버린 작품을 되찾고 싶어 하는 피해자의 마음을 악용한 거라고 볼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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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 윌리엄 터너, <그늘과 어둠: 대홍수 날 저녁> ©TATE
(오) 윌리엄 터너, <빛과 색채(괴테의 이론): 대홍수 후의 아침, 창세기를 쓰고 있는 모세> ©T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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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테이트 갤러리(Tate Gallery, 현재의 테이트 브리튼)는 1994년 독일 쉬른미술관(Schirn Kunstahalle Frankfurt)에 대여해준 윌리엄 터너(J. M. William Turner)의 작품 두 점을 도난당했어요. 도난당한 작품은 <그늘과 어둠: 대홍수 날 저녁(Shade and Darkness: The Evening of the Deluge>과 <빛과 색채(괴테의 이론): 대홍수 후의 아침, 창세기를 쓰고 있는 모세(Light and Color(Goethe’s Theory): The Morning after the Deluge, Moses Writing the Book of Genesis>로 당시 대여 장부에 따르면 시가가 무려 2,400만 파운드(약 400억 원)에 달하는 작품이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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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가 계속되었으나 그림의 행방은 묘연했어요. 그러다 1999년 새로운 제보자가 나타났죠. 범인들의 변호사인 에드가 리브룩스는 작품 소재에 대한 결정적 제보의 대가로 1,000만 마르크(당시 환율로 약 53억 원)와 추후 범인을 잡는 과정에서 자신을 기소하지 않는다는 기소면제권을 요구했어요. 이후 리브룩스를 사이에 둔 여러 차례의 협상 끝에 터너의 작품은 2000년과 2002년, 두 차례에 걸쳐 회수되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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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테이트는 보도자료를 통해 작품을 되찾기 위해 약 8년 6개월 동안 보험, 출장, 법률 서비스, 수사 비용으로 약 350만 파운드(약 54억 원)를 썼다고 밝혔어요. 언론은 테이트가 작품에 대한 몸값을 지불했다고 보도했으나 테이트는 ‘몸값’이나 ‘사례금’ 지급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어요. 범인에게는 단돈 1원도 주지 않았고, 리브룩스에게 지불한 비용은 작품 회수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제보에 대한 ‘포상금’으로 공익기금감독위원회와 문화미디어스포츠부의 재가 및 법원 명령에 따랐다고 하면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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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테이트가 소장품을 되찾기 위한 포상금을 지급한 것 같나요? 아니면 작품 2점에 대한 몸값을 주고 소장품을 되사온 것 같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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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예술품을 훔치는 경우도 있는데요, 요하네스 페르메이르(Johannes Vermeer)의 작품이 자주 이런 범죄의 대상이 되었죠. 페르메이르는 평생 50여 점의 작품밖에 그리지 않았고 그마저도 현존하는 건 30여 점에 불과하기 때문이에요. 이러한 ‘희소성’ 때문에 자주 도난 사건의 대상이 되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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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려나간 <연애편지> ©Essential Verme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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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벨기에 브뤼셀의 팔레 데 보자르(Palais des Beaux-Arts)에 전시 중이던 페르메이르의 <연애편지(The Love Letter)>가 도난당했어요. 범인은 뮤지엄 벽장에 숨어있다가 한밤중에 작품을 훔쳐 달아났어요. 처음에는 액자째로 훔치려고 했는데, 액자가 생각보다 더 컸던 건지 감자칼로 액자에서 캔버스를 뜯어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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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신문사 르 수아르(Le Soir)에 자신을 범인이라고 밝힌 남성이 전화를 걸어왔어요. 범인은 동파키스탄 난민에게 2억 벨기에 프랑을 기부하고, 암스테르담 국립 뮤지엄(Rijksmuseum)과 팔레 데 보자르가 각각 네덜란드와 벨기에에서 국제적인 반(反) 기아 캠페인을 벌인다면 작품을 돌려주겠다고 했어요. 범인은 자신을 틸(Till)이라고 밝혔는데요, 여기서 ‘틸’은 우리나라로 치면 홍길동이나 임꺽정에 해당하는 독일어 문화권의 틸 오일렌슈피겔(Till Eulenspiegel)을 의미해요. 범인은 의적 행세를 하면서 페르메이르의 그림을 인질로 삼아 난민과 전 세계 가난한 사람들에게 정부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도록 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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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계속해서 접촉한 범인은 곧 꼬리를 잡히고 말았는데요, 이후 범인은 재판에 넘겨져 벌금형과 2년형을 선고받았어요. 작품은 뮤지엄으로 반환되었고, 약 1년간의 복원작업 끝에 다시 대중에게 공개되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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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세 사람의 연주회(The Concert)>, <편지 쓰는 여인과 하녀(Lady Writing a Letter with Her Maid)>, <기타를 치는 여인(The Guitar Player)> 등 많은 페르메이르의 작품들이 도난당했어요. 불행 중 다행으로 다른 작품들은 다 되찾았고 <세 사람의 연주회>만 돌아오지 못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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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친 그림 2점을 들고 도주하는 괴한들 ©Lise Aserud/Scanpix/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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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 20일 오전 11시 10분, 오슬로의 뭉크 미술관(Munch Museum)에 무장 괴한 2명이 침입해 관람객을 총기로 위협하고 <절규(The Scream)>*와 <마돈나(The Madonna)>를 들고 사라졌어요. 대낮에 관람객으로 가득한 뮤지엄에서 그림을 훔쳐 가다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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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바르트 뭉크는 판화를 제외하고 4가지 버전의 <절규>를 제작했는데요, 그중 두 <절규>가 도난당했어요. <절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1893년 작은 1994년에 도난당했다 3개월 만에 회수되었죠. 2004년에 도난당한 작품은 1910년 작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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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 에드바르트 뭉크, <절규>, 1910 ©Munch Museum
(오) 에드바르트 뭉크, <마돈나> ©Munch Museu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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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난당한 작품 2점은 2006년 8월에 돌아왔어요. 회수 과정에서 <절규>는 왼쪽 하단부가, <마돈나>는 오른쪽 테두리가 손상되긴 했지만요. 당시 노르웨이 언론사 다그블라데트(Dagbladet)는 범인들이 작품의 행방과 반환을 주선하는 대가로 조폭 두목인 데이비드 토스카의 사면 또는 감형을 요구했다고 보도했어요. 경찰은 그림 회수 과정에서 어떠한 금전적 보상도 이루어진 바 없다고 밝히면서도 어떤 경로로 그림을 되찾았는지는 밝히지 않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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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폴란드 포즈난 국립 뮤지엄(Muzeum Narodowe w Poznaniu)에서 모네(Claude Monet)의 <푸르빌 해변(Beach in Pourville)>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했어요. 범인은 작품을 스케치하는 척하면서 뮤지엄 직원이 보지 않을 때마다 조금씩 작품을 오려냈어요. 작품을 다 오려낸 후에는 준비한 사본을 액자에 걸고 진본을 재킷 속에 숨긴 채 뮤지엄을 떠났죠. 범인이 현장에 지문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쉽게 범인을 찾지 못했어요. 10년이 지난 2010년, 오랜 추적 끝에 경찰은 범인을 찾아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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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롱 뒤에 숨겨져 있던 <푸르빌 해변> ©Poznań Regional Police Headquar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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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어마어마한 짓을 저질렀을까요? 범인은 모네의 작품에 경의를 느끼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해요. 모네의 작품과 사랑에 빠져서 혼자 소장하고 감상하고자 한 거죠. 혼자 감상하기 위해 그림을 훔쳤다는 그는 10년 동안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어요. 도난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겁에 질린 그는 부모님 집 장롱 뒤에 작품을 숨겨두고 꺼내지 못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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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판결을 받고 법정을 떠나는 절도범 ©Adam Ciereszko/P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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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작품은 안전하게 뮤지엄으로 반환되었어요. 보존과학자들은 액자에 남아 있는 캔버스와 잘린 캔버스를 이어 붙였고 작품은 다시 뮤지엄에 전시되었죠. 범인은 3년 형을 선고받았지만 1년만 복역하고 풀려났어요. 무려 모네의 작품을 훔쳤는데 3년형은 너무 짧은 것 아니냐고요? 재판부는 그가 경제적 이익을 위해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는 점, 범행을 충분히 반성하고 있다는 점, 그림의 정확한 위치를 알리는 등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는 점을 반영해 이 같은 판결을 했다고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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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사례처럼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소장하고 감상하기 위한 절도의 경우 그림이 다시 대중에게 돌아오는 경우가 매우 적고 영영 그 행방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해요. 그림을 감상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기회까지 뺏어서는 안 되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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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드라마, 소설에서 예술품 절도를 낭만적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예술품을 훔치는 도둑, 전문 수사관, 절도를 사주한 수집가 같은 허구의 이미지를 통해 우리의 상상을 자극하죠. 아주 유명한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는 낭만적 요소가 더 극대화되고요. 하지만 그 어떤 이유건, 예술품을 훔치는 행위는 용서할 수 없는 범죄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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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부터 2015년까지 영국 국립초상화미술관(National Portrait Gallery) 관장을 역임한 샌디 네언(Sandy Nairne)은 예술품 절도 범죄와의 전쟁은 뮤지엄 내부로 침입하는 도둑을 막아내는 물리적 싸움일 뿐만 아니라 미화된 미술품 절도 신화를 상대로 하는 가상의 싸움이라고 말했어요. 영화 속 예술품 절도 범죄와 다르게 현실의 범죄는 마약 거래, 매춘, 사기, 갈취, 불법 무기 매매 등의 강력 범죄와 밀접한 관계를 갖기에 더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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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S
・구치키 유리코(2006.05.25.). 장민주 역, 도둑맞은 베르메르, 눌와.
・샌디 네언(2014). 최규은 역, 도난과 추적, 회수, 그리고 끝내 사라진 그림들 미술품 잔혹사, 미래의창.
・배문규(2012.10.30.). [세계]바람과 함께 사라지는 그림 걸작들, 주간경향,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7&artid=201210231149581&pt=nv
・백세희(2020.02.03.). 백세희 변호사의 아트로 :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그림을 훔쳐서 뭘 어떻게 하려고?, 올댓아트, https://www.khan.co.kr/culture/culture-general/article/202002030951021
・하현옥(2014.08.22.). 도난 미술품은 마피아의 현찰…연 5조원 시장, 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15605502#home
・한겨레 온라인뉴스팀(2006.09.01.). 도난 당한 뭉크의 ‘절규’ ‘마돈나’ 찾았다,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europe/153539.html
・Charlotte Higgins(2005.12.21.). Tale of intrigue behind Tate Britiain’s recovery of stolen Turners, The Guardian, https://www.theguardian.com/uk/2005/dec/21/arts.artsnews
・Stuart Dowell(2020.10.04.). ‘Art heist of the century’ inspires new film – but the facts are far more compelling than the fiction, THEfirstNEWS, https://www.thefirstnews.com/article/art-heist-of-the-century-inspires-new-film---but-the-facts-are-far-more-compelling-than-the-fiction-16374
・http://www.essentialvermeer.com/index.html
・https://www.munchmuseet.no/en/
・https://www.tate.org.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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