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않는뮤지엄 #배제하는뮤지엄 #비관람객 뮤지엄은 정말로 모두를 위한 곳일까요? 엄밀히 말하면 근대적 뮤지엄은 ‘차별의 공간’이었어요. 루브르나 대영박물관과 같은 유수의 박물관들은 식민지배에 따른 약탈과 노예무역, 인종차별 등을 토대로 설립·운영되었죠. 뮤지엄 관람은 이러한 불평등 서사를 관람객이 동의하도록 하는 과정이었고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뮤지엄은 다양한 이해를 가진 사람을 대변하고, 사회에서 배제된 이들을 포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요. 그렇다면 ‘모두’를 위해 노력하는 뮤지엄은 실제로 모두를 위하고 있을까요? |
|
|
몇몇 뮤지엄은 뮤지엄의 경영과 큐레이터의 전시 또는 예술가의 작품이 대립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해당 전시를 억압하거나 통제하기도 해요. 뮤지엄의 이러한 자체적인 ‘검열’은 포용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어요. |
|
|
스미소니언 항공우주박물관에 전시된 에놀라 게이 ©NASM |
|
|
스미소니언 항공우주박물관(National Air and Space Museum, NASM)은 1994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50주년을 앞두고 《마지막 행동: 원자폭탄과 제2차 세계 대전의 끝(The Last act: The Atomic Bomb and the End of World War 2)》를 준비했어요. 당시 뮤지엄은 복원한 에놀라 게이*와 함께 파괴된 히로시마의 모습을 보여주는 전시를 기획했죠. 큐레이터들은 트루먼 정부 내에서 원폭투하와 관련된 논의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소개하면서 원폭투하의 이유를 밝히고, 원폭이 투하된 히로시마의 참상을 전시함으로써 원폭투하의 결정이 지니는 도덕적, 정치적 의미를 묻고자 했어요. 전시 기획 당시에는 이 전시가 얼마나 많은 비판을 받을지 생각하지 못한 채 말이에요. |
|
|
당시 2차 대전 참전용사들과 미국 의회, 미국공군은 이러한 전시가 전쟁의 가해자인 일본을 피해자로 인식케 할 우려가 있다며 전시를 반대했어요. 스미소니언의 운영비 책정을 맡고 있는 상원의회에서는 뮤지엄 측이 수정주의적, 편향적, 모욕적이라는 이유로 예산을 삭감하는 등의 압력을 가했어요. 결국 당시 NASM의 디렉터였던 마틴 하윗(Martin Harwit)은 사임하고, 스미소니언 재단의 관장이었던 마이클 헤이먼(Michael Hayman)은 사과문을 발표했어요. 국가가 참전용사의 용기와 희생을 명예롭게 기념할 거라는 기대를 전시가 충족시키지 못했고, 이들이 느꼈을 강한 반발에 대해 뮤지엄이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며 기존 전시 기획을 철회했어요. 이후 전시는 에놀라 게이에 대한 단순한 정보와 참전용사들이 어떤 임무를 수행했는지 등에 대한 단편적인 내용만을 다루었어요. 일본의 피해나 핵무기의 파괴적 위험성에 관한 언급은 일절 하지 않았죠.
|
|
|
*에놀라 게이(Enola Gay)는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원자 폭탄을 투하한 미국의 장거리 증폭격기(B-29 Superfortress)의 명칭이에요.
|
|
|
인종차별을 주제로 작품활동을 하는 숀 레오나르도 ©ArtnetNews
|
|
|
2020년 6월 클리블랜드 현대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Art Cleveland, MoCA)에서는 숀 레오나르도(Shaun Leonardo)의 목탄화 전시 《The Breath of Empty Space》가 예정되어 있었어요. 하지만 이 전시는 3개월 전에 작가와의 어떠한 상의도 없이 조용히 취소되었죠.
|
|
|
Shaun Leonardo, Rodney King, 2017 ©Shaun Leonardo
|
|
|
아프리카 라틴계 예술가인 숀 레오나르도는 2012년부터 흑인과 라틴계 남성, 인종차별, 경찰의 무력 사용과 같은 문제를 주로 다루었어요. 이 전시에서는 경찰의 폭력에 의해 사망한 에릭 가너(Eric Garner), 윌터 스콧(Walter Scott), 프레디 그레이(Freddie Gray)와 1991년 LA 폭동의 시발점이 된 로드니 킹(Rodney King), 그리고 클리블랜드의 한 공원에서 숨진 12세 소년 타미르 라이스(Tamir Rice)의 이미지를 담은 드로잉 연작 시리즈를 선보일 예정이었죠.
|
|
|
뮤지엄 측은 지역 흑인 활동가와 뮤지엄 직원의 일부가 반대하여 전시를 취소했다고 밝혔어요. 이 작품이 일부 흑인 공동체에 트라우마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뮤지엄은 잠재적으로 고통과 트라우마를 전시해서는 안 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작가는 이러한 뮤지엄의 의견에 대해 의사소통 없이, 백인의 취약성**으로 인한 검열로 전시가 취소되었다고 이야기했어요. 대중들은 다양성을 존중한다고 이야기해오던 MoCA가 다양성에 반하는 일을 했다며 안타까워했어요.
|
|
|
**백인의 취약성(White Fragility)이란 백인으로서 백인이 행한 인종 차별에 대해 들을 때 느끼는 불편함을 의미해요.
|
|
|
3️⃣이중으로 지워진(doubly erased) 사람들 |
|
|
<Lost Petition>을 펼치고 있는 댄스 베인(오른쪽) ©dansbain.com
|
|
|
지난 4월, 호주 멜버른의 여성 뮤지엄(Her Place Women’s Museum)은 25년간의 여성 정치인을 기념하는 전시회에서 댄스 베인(Dans Bain)의 작품 <Lost Petition>을 철거하기로 했어요. <Lost Petition>은 이어 붙인 침대보에 2008년부터 현재까지 가정 폭력으로 살해된 여성과 아동의 이름을 손글씨로 적은 30m 높이의 거대한 작품이에요. 뮤지엄은 작품이 관람객을 불편하게 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충분히 대처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작품을 철거했어요. 작가인 댄스 베인은 뮤지엄의 이런 검열이 가정폭력 피해자를 부정하는 2차 가해라고 지적했죠. |
|
|
다행히도 많은 사람의 노력 끝에 <Lost Petition>은 다시 뮤지엄으로 돌아올 수 있었어요. 뮤지엄 이사회는 전시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이 작품에 추가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하며, 작가와 피해자 유족, 관람객이 받은 상처와 실망에 대해 사과했어요. |
|
|
님은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람이 뮤지엄 관련 통계에서 배제된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
|
|
문화예술활동 공간별 이용률 중 뮤지엄 이용률(2018-2020) ©문화체육관광부
|
|
|
매년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향수실태조사’(2019년 이후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를 실시하여 우리 국민의 문화향유 경로와 방식을 조사하고 향후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고 있어요. 「2018 문화향수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평균 뮤지엄 이용률은 16.5%이며, 이마저도 연령이 높을수록, 학력이 낮을수록, 가구소득이 낮을수록 뮤지엄 이용률이 저조해져요. 종사상 지위가 고용원이 없는 자영자이거나 전업주부 같은 무급가족종사자인 경우, 장애등록을 한 경우에는 이용률이 급격히 낮아지고요. 이는 뮤지엄 이용률이 개인의 취향이나 관심을 넘어서 사회경제적 요인에 의해 크게 좌우됨을 보여줘요. |
|
|
또한 우리는 이 관람객 통계를 통해 뮤지엄이 생각보다 다양한 관람객을 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문화향수실태조사(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에서는 소득, 직업과 같은 경제적 상황, 학력, 혼인여부, 거주지역 항목만을 조사할 뿐, 인종이나 민족, 성적 지향 등의 인구집단의 다양성을 특정할 수 있는 항목은 조사하고 있지 않아요. |
|
|
정부나 뮤지엄이 실시하는 통계조사가 정책의 설계나 실행에 중요한 근거로 활용되는 점을 감안한다면, 통계조사에 반영되지 않은 인구집단은 자의와 상관없이 뮤지엄의 정책적 관심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요. 뮤지엄이 다루는 주제나 내용이 기존 관람객을 토대로 구성됨으로써 뮤지엄을 방문하지 않거나 방문할 수 없는 관람객은 점점 더 뮤지엄 정책에서 배제되고 소외되는 악순환이 생길 수 밖에 없어요. |
|
|
닉 콜드리(Nick Couldry)는 오늘날 정치·경제·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목소리’가 중요하다고 주장했어요. 그에 따르면, ‘목소리’를 통해 우리는 다른 사람과 지속해서 교류하고, 개인적·집단적 정체성을 구성해요. 우리가 아무리 목소리를 내봤자 뮤지엄과 같은 기관이 우리의 목소리를 인지하지 못하고, 가치를 부여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지 않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 뮤지엄이 우리 모두를 포용해줄 때까지 기다리고만 있을 수만도 없어요. |
|
|
계란으로 바위치기 아니냐는 걱정이 들기도 하지만, 모두 함께 목소리를 내서 변화를 이끌어낸 사례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에요. 가장 최근에 일어난 변화로는 ‘블랙 라이브즈 매터(Black Lives Matter, BLM)’ 운동에 따른 메트로폴리탄(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의 약속이 있어요. |
|
|
BLM과 메트로폴리탄의 사례는 근대적 뮤지엄의 탄생부터 이어져온 뮤지엄의 불평등이 우리 개인의 목소리와 연대를 통해 해소될 수 있음을 보여줘요. 진정한 ‘모두를 위한 뮤지엄’을 위해 우리는 지금 이 자리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요? |
|
|
REFERENCES
・박소현. (2017). 박물관의 윤리적 미래-박물관 행동주의(museum activism)의 계보를 중심으로. 박물관학보, 0(34), 13-40.
・박소현. (2021). 평등한 박물관은 어떻게 가능한가: 접근권의 평등과 ‘비-관람객’/’배제된 자들’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박물관학보, 0(40), 1-30.
・이은희. (2021). 에놀라 게이 전시 논쟁을 통해 살펴본 뮤지엄에서의 ‘기억 형성’ 작업과 뮤지엄의 역할. 조형디자인연구, 24(3), 157-185.
・Sandell, Richard. (2020). 편견과 싸우는 박물관(고현수, 박정언, 공역). 연암서가. (Original work published 2007)
・이상엽. (2018.12.03.). 버섯구름 그림자는 무엇을 증언하는가. 시사IN,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333
・Brian Boucher. (2020.06.09.). A Museum Canceled a Show About Police Brutality. Here’s the Art. The New York Times, https://www.nytimes.com/2020/06/09/arts/design/moca-cleveland-shaun-leonardo.html
・Melissa Laria. (2022.04.07.). Removal of artwork showing names of murdered women, children draws anger. NCA NewsWire, https://www.news.com.au/national/politics/removal-of-artwork-showing-names-of-murdered-women-children-draws-anger/news-story/6d564477ac76af3251206e69e573cb77
・Sarah Cascone. (2020.06.09.). ‘We Failed’: A Cleveland Museum Apologizes for Cancelling and Exhibitiion on Police Brutality Whithout Consulting the Artist. Artnet News, https://news.artnet.com/art-world/moca-cleveland-apologizes-cancelling-shaun-leonardo-exhibition-1882671
・https://www.dansbain.com/
・https://herplacemuseum.com/
・https://www.metmuseum.org/ |
|
|
먼뮤와 함께하는 월요일 어떠셨나요?
다음주에도 흥미로운 이야기로 만나요!
💛더 좋아질 먼뮤를 위해 후기를 남겨주세요💛
|
|
|
먼데이 뮤지엄monday.museum.94@gmail.com Copyright©MONDAYMUSEUM. ALL Rights Reserved수신거부 Unsubscribe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