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예술치유 #정체성발견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에서 기억을 잃은 손예진을 위해 정우성이 집안 곳곳 메모를 적어 놓은 장면 ©싸이더스, CJ EN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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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치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신가요? 제가 치매에 대한 병을 알게 된 건 정우성, 손예진 주연의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영화 때문이었어요. 유달리 건망증이 심한 수진(손예진)과 사랑에 빠진 철수(정우성). 영화는 마치 머릿속에 지우개가 있는 것처럼 철수를 점점 잊어가는 수진과, 그런 수진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철수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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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수진의 모습에서 보았듯이 치매의 대표 증상은 기억을 잃는 것이에요. 치매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약물 치료 외에 기억을 되살리기 위한 비약물 치료인 인지적 치료법 또한 중요하다고 해요. 인지적 치료법이란 손상된 인지 영역을 훈련하거나 손상되지 않은 인지 영역을 극대화하여 손상된 인지영역을 보완해 주는 훈련의 치료법인데요, 현재 시점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잃지 않도록 지원하고, 이전의 즐거웠던 기억을 이끌어내는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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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환자를 대상으로 미술치료를 진행하는 다양한 연구결과들을 살펴보면, 미술치료를 통해 흥미 유지와 집중력 향상, 우울감 완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고 또 더 나아가 장기기억을 활성화를 가져온다고 말하고 있어요.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교 치매 센터(UCSF Dementia Center)의 브루스 엘 밀러(Bruce L. Miller) 교수의 말에 따르면 치매환자가 그리는 그림은 병에 걸리기 전의 삶에서 나오는 것으로, 단어에 대한 기억을 잃어버릴지라도 시각적 기억은 잃어버리지 않는다고 해요. 그래서 오늘은 치매환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뮤지엄을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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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t Me>에 참가한 치매환자와 보호자 ©MoM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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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해외 뮤지엄에서는 일찍부터 치매환자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어요. 특히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2006년에 시작된 <Meet Me(미술관에서 나를 만나다)> 프로그램은 미술관에서 진행하는 치매환자 대상 교육 프로그램의 시초라고 할 수 있어요. <Meet Me>는 치매환자가 에듀케이터와 함께 작품 관람을 하고 자신과 가족 간에 이야기를 나누는 대화형 프로그램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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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ful> 온라인 교육 장면 ©MCA
*이미지를 클릭하면 The University of Sydney 유튜브로 연결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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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호주현대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Art Australia, MCA)에서는 미술 치료 프로그램 <Artful>을 운영 중인데요, 2016년부터 시작된 <Artful>은 일주일에 한 번씩 뮤지엄에 와서 2시간 동안 페인트 칠하기, 판화 찍기, 체험형 전시 참여하기, 작품 관람 후 토론하기 등 6주간 각각 다른 창의적인 활동을 해요. 뿐만 아니라 직접 뮤지엄에 방문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온라인 교육도 있어요. 신청자들에게 <Artful at home>키트를 집으로 보내주고 줌(Zoom)에서 에듀케이터와 함께 미술 활동을 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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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of Memories app에서 회상 요법 활동 중 하나인 '기억 나무'를 채우는 장면 ©리버풀 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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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리버풀 박물관(National Museums Liverpool)에서는 <House of Memories(기억의 집)>라는 회상 요법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어요. '기억'을 활용한 프로젝트로 기억을 되살리는 역할을 할 수 있는 리버풀 박물관 소장품의 사진과 실물자료가 담긴 '기억 상자'를 구성하여 대여해 주기도 하고 '기억의 집'이라는 앱을 통해 박물관에 방문하지 않아도 누구나 쉽게 '기억 상자(앱 내에서는 '기억 나무')'를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어요. 이외 여러 뮤지엄에서도 치매환자들을 위한 비슷한 교육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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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예찬-집에서 만나는 미술관> 프로그램에서 사용되는 교구재 ©국립현대미술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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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MMCA)에서는 대한치매학회와 함께 2015년부터 치매환자를 위한 치매 치유 활동으로 <일상예찬, 시니어 조각공원 소풍>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이 프로그램은 국립현대미술관 조각공원의 야외 작품 감상 및 산책, 전시 관람, 만들기 등 치매환자의 일상생활 수행능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미술 치료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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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코로나로 미술관 소풍이 어렵게 되자, 국립현대미술관은 <일상예찬-집에서 만나는 미술관>으로 프로그램명을 수정하고 치매환자와 가족이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비대면 교육으로 바꿔 진행했어요. 국립현대미술관은 소장품을 활용하여 인지 난이도에 따른 교구재를 개발하여 신청자들에게 배포했는데요, 이 교육은 소장품을 감상하고 작품 속 키워드를 통해 ‘기억-대화-표현’을 연결 짓는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2021년에는 오지호 <남향집>(1939), 유영국 <작품>(1957) 2점(각각 인지 난이도 2, 3단계)을 감상하고 서로 생각을 나누는 내용의 워크숍을 진행했어요. 그리고 올해는 작년에 이어 김중현 <춘양>(1936)을 활용한 4단계 교구재도 개발하여 배포했어요. 국립현대미술관은 앞으로도 미술관에 방문하지 않더라도 치매환자의 인지 능력 향상을 도우며 작품 감상 활동을 매개로 다양한 감각을 깨울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해 갈 예정이라고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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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오감표현> 프로그램 활동 중 ‘기억의 향기’ 교육 시간 ©국립중앙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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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은 치매환자를 위한 <문화재 오감표현> 교육 프로그램을 2019년부터 하고 있어요. <문화재 오감표현>은 치매 노년층이 시각·후각·촉각 등 다양한 감각을 활용하여 국립중앙박물관의 주요 소장품을 감상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된 교육 프로그램이에요. 첫날에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중 도자 그릇을 보며 연관된 자신의 삶을 기억해 낼 수 있도록 오감을 이용하여 소장품을 감상하고, 이를 기억과 경험으로 이어보는 시간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둘째 날은 지난 경험을 글과 그림 등으로 표현함으로써 각자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시간인 '나만의 향수' 만들기로 시작해요. 다섯 가지 냄새를 재현한 향을 맡으며 이에 대한 기억이나 느낌을 공유할 수 있는 과정으로 구성돼 있어요. 직접 재료를 선택하고 배합하며 나만의 기억이 담긴 향수를 만들죠. 이런 뮤지엄의 교육 프로그램은 치매환자가 뮤지엄을 방문하고 직접 문화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건강한 사회관계를 형성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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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돌보는 것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에요. 특히 치매환자는 기억, 언어, 판단력 등의 여러 인지 기능이 감소하여 일상생활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상시 그들 곁에 있어야 하는 많은 치매환자 간병인들이 고충을 겪고 있어요. 최근 간병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응답자 83%가 간병이 본인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어요. 그중 87%가 정신적으로 고통받고 있고, 39%는 아파도 간병을 해야 해서 병원조차 가지 못하는 게 일상이라 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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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엄은 소외된 사람 없이 다양한 사람을 포용하는 공간이에요.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뮤지엄에 올 수 있어야 해요. 그리고 그 안에는 치매환자뿐만 아니라 간병인도 포함되어 있어요.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게 하고, 누군가를 돌보는 역할 외에 개인의 정체성을 찾아줌으로써 가치 있는 존재로 느끼게 해주고, 휴식 시간을 주는,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공간이 뮤지엄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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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간병인만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뮤지엄이 과연 있을까요? 네 🙌🏻영국 버밍엄에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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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ive Carers Program> ©Birmingham Museu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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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밍엄에 있는 9개의 뮤지엄*이 똘똘 뭉쳐 2016년 1월부터 간병인만을 위한 <Creative Carers Program>을 운영했어요(안타깝게도 코로나 이후로는 운영 중단😢). Creative Carers Program은 웰빙 프로그램 중 하나로, 간병인이 치매환자를 돌보는 일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고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해요. 고대 이집트 물건을 만져보기도 하고 소장품을 보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는 시간도 갖거나, 여러 기법을 배워 작품 활동을 해보기도 하고, 간단하게 실크 페인팅 배우기 또는 드림캐쳐 만들기와 같은 창의적 활동도 했어요. 뿐만 아니라 예술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 소통할 수 있도록 티타임을 제공하기도 해요(역시 차에 진심인 영국😌). 이 모든 프로그램은 모두 무료로 진행되었고 인기가 많아 예약이 항상 빨리 마감되었다고 해요. 이제 위드코로나의 시대가 왔으니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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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tank Birmingham Science Museum, Birmingham Museum and Art Gallery, Aston Hall, Blakesley Hall, Museum Collection Centre, Museum of the Jewellery Quarter, Sarehole Mill, Soho House, Weoley Cas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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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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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평균수명이 증가하고, 노인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치매 환자도 계속적으로 늘고 있어요. 대한민국 치매현황(2021)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도 기준 전국 치매환자는 911,529명이라고 해요.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2050년에는 300만 명을 넘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어요.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마찬가지예요. 따라서 세계보건기구(WHO)는 개인의 노력과 더불어 국가적 차원에서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고 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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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는 '치매 국가 책임제'가 국정 핵심과제로 선정되면서 의료나 돌봄 복지에는 많은 정책을 내놓고 있어요. 아직 문화 복지 혜택은 그 비중이 적지만, 여러 문화예술기관에서는 문화예술을 통한 치유활동의 필요성을 느끼고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어요. 현재 국내 뮤지엄 중에는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만이 정기적으로 치매환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는데요, 수도권에서만이 아닌 지방에서도 치매환자와 보호자가 함께 문화 혜택을 받고 치유받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전국의 뮤지엄이 함께 움직여줬으면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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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S
・김은진. (2015). 미술관의 치유적 기능에 대한 가능성 탐색.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15(10), 56-65.
・안필연. (2020). 문화예술시설의 재정적 독립방안의 관점에서 시니어프로그램의 역할. 품질경영학회지, 48(2), 345-359.
・이경연. (2019.12.29). 미술 활동으로 치매 예방이 가능할까?, 여성동아, https://woman.donga.com/3/all/12/1936834/1
・이지수, 강민지, 이옥진, 곽미영, 서지원, 고임석. (2022). 대한민국 치매현황 2021. 중앙치매센터 정혜연. (2018). 나를 만나는 시간: 노령화 시대의 미술관교육 프로그램 MeetMe. 미술과 교육, 19(3), 113-127.
・Charlotte Coates. (2021.09.21). Designing Museum Programmes for People with Dementia, MuseumNext, https://www.museumnext.com/article/designing-museum-programmes-for-people-with-dementia/
・Charlotte Coates. (2019.03.28). How can Museums help the growing number of caregivers?, https://www.museumnext.com/article/museums-who-care-for-the-carers/
・https://www.moma.org/visit/accessibility/meetme/
・https://mmca.go.kr/pr/newsDetail.do?bdCId=202204200008210
・https://www.museum.go.kr/site/child/edu/view/reservation/243255
・https://www.museum.go.kr/site/main/archive/post/article_182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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