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지 말아 줘

  님이 가장 아끼는 물건은 무엇인가요? 저 에디터 John이 가장 아끼는 물건은… 자그마치 햇수로 10년 된 제 애착인형이에요! 토끼 모양의 인형인데, 저는 이 인형이 없으면 밤에 잠을 못 자요.

  그런데 요즘 이 인형만 보면 마음이 아파요. 옛날 곱던 때깔은 사라지고 많이 낡아버렸거든요. 귀 한쪽도 처지고, 색도 바래고… 최근엔 너무 마음이 쓰여서 유퀴즈에 나온 인형병원을 알아보기도 했어요. 요즘은 천천히 낡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주 애지중지 다루고 있답니다. 

  벤자민이 아닌 이상 세상의 모든 것들은 세월이 흐르면 낡기 마련이에요. 미술품 또한 마찬가지겠죠. 그치만 제가 애착인형을 애지중지 다루어 빨리 낡지 않게 노력하는 것처럼, 미술품 또한 소중히 다루어 천천히 낡도록 만들 수 있어요. 혹은 회생 불가 수준이었던 인형이 인형병원에서 실력있는 의사선생님의 손길을 거쳐 말끔해지는 것처럼, 회생 불가 수준의 미술품이 훌륭한 전문가를 만나 예전의 모습을 되찾게 될 수 있어요!

🩹미술품 보존

🩺미술품 보존가 (aka 컨서베이터)

  미술품 보존은 전문가만이 할 수 있어요. 미술품 보존에 참여하기 위해선 미술사적 지식은 물론이고, 자연과학, 특히 화학과 물리적 지식을 함양하고 있어야 해요. 우리는 이러한 전문가를 컨서베이터(conservator)라고 불러요. 미술작품이나 문화재의 보존에 관한 전문지식을 갖추어 보존에 관한 작업 및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죠. 컨서베이터가 하는 일을 잘 담아낸 영상 하나를 아래에 가져왔어요!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미술품의 보존은 반드시 전문 지식을 갖춘 컨서베이터에 의해서만 이루어져야 해요! 여기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이 보존에 참여했다가 미술품의 가치를 막대하게 훼손시킨 아주 유명한 사례가 있어요.

🙀세상에 이런 일이! ‘멍키 그리스도’

  이 작품 속 인물이 “예수 그리스도”가 아닌 “멍키(monkey) 그리스도”라고 불리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요? 2012년, 스페인의 작은 마을 보르자에 사는 세실리아 히메네스(Cecilia Giménez)는 성당 내 예수 그리스도 벽화의 페인팅이 벗겨진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어요. 그는 직접 벽화를 복원하기로 마음먹고 정성스레 붓질을 했어요. 그러나 그는 미술품 보존 전문가가 아니었답니다! 덕분에 작품 속 예수 모습은 우스꽝스러운 원숭이의 모습으로 변해버렸어요. 이 작품을 두고 스페인 현지 언론은 ‘이 사람을 보라’라는 뜻인 본래 작품명 ‘에케 호모(Ecce Homo)’ 대신, ‘에케 모노(Ecce Mono, 이 원숭이를 보라)’로 바꿔 부르며 작품은 “멍키 그리스도”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어요.

📌지켜줘, 미술품 보존의 원칙

  미술품 보존 작업을 진행할 때 컨서베이터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원칙 몇 가지가 있어요. 님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아래에 간략히 설명할게요!

  첫째, 전문적인 보존 연구 및 발전: 컨서베이터는 보존하고자 하는 대상의 역사적, 미술사적 의미와 대상 재질의 물리, 화학적인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해요. 따라서 컨서베이터는 다양한 학문 분야 연구를 통해 보다 넓고 깊은 지식을 습득하도록 노력해야 하죠.

  둘째, 원형 존중 및 왜곡 금지: 미술품 원래의 형태를 훼손하거나 잘못된 형태로 보존처리를 해서는 안 돼요. 또한 미술품이 가지고 있는 역사의 흔적을 함부로 제거하지 않아야 하며, 원형보다 더 잘 만들고자 오버해선 안 돼요. 과도한 보존은 또 다른 손상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컨서베이터는 항상 원작 존중이라는 개념을 우선순위에 두고 보존 작업을 진행해야 해요. 본래 미술품이 복원에 의해 왜곡 해석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복원을 진행하는 부분을 원형의 형태나 색과는 약간의 차이를 두어 흔적을 남기는 경우도 있어요. 일부러 복원의 흔적을 남긴다니, 새로운 사실이죠?

  셋째, 가역성: 잘못된 복원이나 향후 복원이 필요한 때를 대비하여 언제라도 최초의 상태로 되돌릴 수 있어야 해요. 복원 과정 중 첨가되는 재료는 향후 원재료에 영향을 주지 않고 제거가 가능해야 하죠. 어쩔 수 없이 가역성의 원칙을 희생해야 할 때는 컨서베이터의 독단적인 판단보다는 사전에 고고학자나 미술가의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결정해야 해요.

  넷째, 보존처리의 정당성: 미술품 보존은 보존처리의 필요성이 인정받은 후 진행되어야만 해요. 약간의 손상에도 무조건적인 보존처리는 필요하지 않아요. 미술품의 자연스러운 변화는 미술품의 역사성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또한 존중할 필요가 있답니다.

🗣보존에 임하는 컨서베이터의 윤리적 자세

  “우리는 더 많이 알고, 그래서 더 적은 것을 합니다(Now we know much more, and so we do much less).” 런던의 미술품 보존 관련 학회에서 권위 있는 보존과학과 교수가 한 말로, 컨서베이터가 갖추어야 할 윤리적 자세와 철학을 잘 담고 있는 말이라고 해요. 컨서베이터는 작품을 진실로 사랑해야 하고, 작품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동시대 모든 형태의 것들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작품의 물성에 대한 객관적, 과학적, 유기화학적 접근 태도를 항상 지니고 있어야 해요. 따라서 컨서베이터는 아주 많은 작품과 다양한 학문 분야를 심도 있게 연구하죠. 그러나 그들은 지식을 축적하면 할수록, 관련 경험을 쌓으면 쌓을수록 작품 보존에는 ‘최소한’의 개입만이 행해져야 함을 절로 깨닫게 된다고 하네요. 앞서 말했듯 미술품의 자연스러운 변화는 미술품의 역사성 그 자체를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고, 원작의 가치를 존중하는 것만큼 더 중요한 것은 세상에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