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자 #과거를통해미래를보는사람 뮤지엄이 유물을 수집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뮤지엄은 다양한 방법으로 유물을 수집하고 있는데요, 뮤지엄이 자체적으로 유물을 구입하거나, 개인이나 단체가 뮤지엄에 기증하거나, 소장자가 일정 기간 위탁하기도 하고, 외부로부터 유물을 대여해오기도 해요. 또 뮤지엄이 직접 유물을 발굴하기도 하는데요, 오늘 먼데이 뮤지엄에서는 유물을 발굴하는 고고학자에 대해 알아보려고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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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고고학자’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혹시… 공룡🦖🦕? 많은 사람이 고고학자가 공룡 화석을 발굴할 거라 생각하는데요, 이는 고고학자에 대한 오해예요. 고고학은 ‘인간의 과거’를 연구하는 학문이지 공룡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 아니에요. 최초의 인류는 약 500만~700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나타났을 것으로 추정돼요. 공룡은 이보다 훨씬 전인 2억 3,000만 년 전에 지구에 나타나 6,500만 년 전에 사라졌고요. 인간과 공룡은 공존했던 적이 없으므로, 공룡은 고고학자의 연구 대상이 될 수 없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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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이란 다양한 시간과 공간에 살던 사람의 모습을 유물을 통해 밝히는 학문이에요. 즉, 유물과 유적이 목적이 아니라 그것을 만들고 썼던 사람을 연구하는 학문이죠. 따라서 고고학자는 물질적 증거를 찾아 과거의 인간이 어떻게 살았고, 어떤 과정을 통해 현재의 모습에 이르게 됐는지를 연구해요. 사람들이 살던 집, 조개무덤처럼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 죽은 사람이 묻힌 무덤 등 과거 사람들의 평범한 흔적을 발굴하죠. 여기서 나온 유물을 통해 과거 사람들이 어떤 도구를 사용하고,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종교를 믿었는지를 추적해요. 흙을 한겹씩 벗겨내면서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는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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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자가 조사하는 고고학 자료는 대부분 인간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요
(왼) 고령 지산동 518호분 발굴현장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오) 서해 연평도 인근 모이도에서 발견된 조개무덤 ©국립문화재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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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자라고 해서 땅만 판다고 생각하면 경기도 오산이에요. 오늘날 고고학자는 하늘과 바닷속에서도 열심히 일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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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보이지 않는 옛 건축물의 흔적을 고공에서 발견하는 항공고고학은 제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급속도로 발전했어요. 인간이 한번 토목공사를 한 곳은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 남아요. 건물의 기초가 되는 부분은 식물이 뿌리를 깊게 내리기 어렵기 때문에 식물이 상대적으로 작아요. 반대로 도랑이나 기둥의 구멍이었던 곳은 흙에 물기가 많아 식물이 더 잘 자라고요. 이런 것들은 지상에서는 구별하기 어렵지만 하늘에서 보면 뚜렷하게 그 차이가 보여요. 거대한 그림으로 유명한 페루의 나스카 유적은 항공고고학을 통해 발견된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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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페루 나스카에서 발견된 고양잇과 동물 형태의 지상화 ©Ministerio de Cultura - Gobierno del Per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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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강, 호수 등 물에 잠긴 인간의 흔적을 찾는 수중고고학도 있는데요, 수중고고학의 대표적인 연구대상은 난파선이에요. 과거 어느 특정 시점에 침몰한 난파선과 화물, 배에서 사용하는 생활용품 등은 당시의 사회와 문화를 그대로 담고 있기 때문이죠. 우리나라에서는 1975년 전라남도 신안군의 앞바다에서 한 어부의 그물에 도자기가 끌려 나오면서 시작되었는데요, 본격적인 발굴이 시작된 1976년부터 지금까지 10만 점 이상의 수중문화재가 발굴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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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고고학의 장점은 육지에서 이루어지는 일반적인 고고학과 달리 다양한 유물이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나온다는 점이에요. 육지에서 유기물은 산소와 만나 썩어버리지만, 갯벌에서는 산소가 차단돼 본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할 수 있어요.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기 마련이죠? 수중고고학은 굉장히 위험해요. 우리나라 수중발굴활동의 대부분은 과거 국제교류의 무대였던 서해에서 이루어지는데, 서해는 조류가 무척 세고 물이 탁해 시야가 나빠요. 때문에 수중고고학자는 손의 감각만을 이용해 보이지 않는 줄을 잡고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요. 또 한계 시간동안 발굴을 끝내지 못하고 수면 위로 올라갔다 다시 내려오면 유물이 휩쓸려 내려가 없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라 무리해서 오랜 시간 잠수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그 때문인지 우리나라에서 수중발굴 경험이 있는 연구인력은 단 9명뿐이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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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속에서 고려시대 청자를 발굴하는 수중고고학자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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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發掘)과 도굴(盜掘)은 모두 ‘땅을 파는 행위’이자 ‘유물을 찾아 나서는 행위’예요. 하지만 도굴은 문화재를 몰래 파내는 도둑질 즉, 범죄예요. 도대체 무엇이 다르길래 발굴은 합법이고 도굴은 불법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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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차이점은 ‘기록’이에요. 고고학자는 발굴하는 동안 끊임없이 기록해요. 발굴된 유물과 유적의 모습을 실제와 똑같은 비율로 그리거나, 사진을 찍거나, 영상 촬영을 해요. 연대측정에 매우 중요한 유물이 발견된 위치도 꼼꼼하게 기록하죠. 발굴이 끝난 후에는 기록들을 모두 모은 보고서를 발간해요. 이와 반대로 도굴꾼은 몰래 숨어 유구를 파괴하면서 돈이 되는 유물만을 훔치는 행위예요. 도둑질하면서 증거를 남겨서는 안 되겠죠. 도굴꾼은 기록을 하지 않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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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구는 집터, 고분, 건물터 등 옛사람들이 이루어 놓은 구조물 하나하나를 일컫는 말이예요. 이런 유구가 모여서 유적을 이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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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하게 유구를 실측하는 고고학자의 모습 ©(재)금강문화유산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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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차이점은 그 목적이 다르다는 거예요. 도굴꾼의 도굴은 사적 이익을 위한 행위로 유물의 값어치를 가장 중요하게 여겨요. 고고학자는 유물을 통해 과거 사람들의 모습을 연구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유물의 값을 따지지 않아요. 화려한 보물이 아니더라도 발굴을 통해 출토된 모든 유물이 고고학자에게는 귀한 것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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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을 보관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역설적이게도 발굴을 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거예요. 유적의 발굴은 파괴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한번 발굴한 유적은 어떠한 경우에도 되돌릴 수가 없어요. 고고학자들이 꼼꼼하게 기록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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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이 유적파괴를 의미하는 또 다른 이유로는 구제발굴을 들 수 있어요. 구제발굴이란 건물이나 도로를 만드는 과정에서 땅속에 있는 유적이 파괴될 때 공사에 앞서 유적을 발굴하는 것을 말해요. 건설공사가 많아지면서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는 거의 모든 발굴은 구제발굴이에요. 정말 중요한 유적이라면 공사를 중단하거나 유적을 다른 지역으로 옮겨요. 대부분의 경우 건물이 들어서고 유적은 본래 자리에서 사라지게 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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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운동장 축구장부지에서 확인된 유구를 야외 유구전시장으로 옮겨 놓은 DDP ©DD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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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기시대의 거대한 중심지였던 춘천 중도 유적 전경 ©한강문화재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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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자라는 직업을 널리 알린(?) 인디아나 존스 ©Paramount Pic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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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고고학자를 꼽으라면 아마도 인디아나 존스가 아닐까 해요. 해리슨 포드(Harrison Ford)가 고고학자의 역할을 맡은 이 영화는 엄청난 흥행을 거뒀는데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고고학자’하면 인디아나 존스를 가장 먼저 떠올리죠. 하지만 유물을 지키고자 하는 원주민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역사적으로 중요해 보이는 유적을 마구잡이로 파괴하는 이 사람, 과연 고고학자라고 할 수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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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인디아나 존스는 고고학자가 맞아요. 박사학위도 있고, 애리조나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고고학을 가르치며, 유물을 발굴하기도 하니까요. 여기서 여러분은 한가지 의문이 들 거예요. 앞에서 우리는 고고학자가 기록을 매우 중요시하고 굉장히 신중을 기해 발굴을 한다고 이야기했는데, 인디아나 존스는 그렇지 않으니까요. 인디아나 존스 같은 고고학자를 우리는 제국주의 고고학자라고 불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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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은 19세기 제국주의와 함께 발전했어요. 서구 열강은 서로 앞다투어 식민지를 개발했고, 고고학자는 새롭게 차지한 땅에 묻힌 보물을 경쟁적으로 발굴하고 도굴하기까지 했어요. 발굴을 통해 식민지 통치를 정당화하기도 했고요. 영국의 대영박물관, 프랑스의 루브르 등 전세계 유명 뮤지엄에 이집트 미라가 전시되고 있는 게 바로 제국주의 고고학자 때문이라 할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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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이 뮤지엄에서 만나는 많은 유물은 고고학자의 손을 거친 것들이에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물의 화려함과 정교함에 놀라 그냥 지나쳐버리고 말지만, 우리가 이런 유물을 볼 수 있는 것은 유물을 온전하게 발굴해서 우리 품으로 가져온 고고학자들의 노고가 숨어있기 때문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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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눈으로 볼 땐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맨땅에서 과거의 모습을 찾아내고, 이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시간여행자 고고학자, 뮤지엄의 숨겨진 영웅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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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S
・강인욱. (2017). 진실은 유물에 있다, 샘터
・강인욱. (2019).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흐름출판
・정춘옥. (2014). 유물의 수집과 활용방안 모색 -경기도박물관을 대상으로-, 박물관학보, (26), 23-38.
・고은별. (2019.02.24.). [기고]인류 과거를 밝히는 탐정 ‘고고학자’, 동아사이언스,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26871
・김기홍. (2021.05.20.). [문화-공공성의 눈으로 본 영화이야기] 매장문화재 발굴 영화와 공공성, The Public News, https://www.thepub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365
・김서영. (2022.06.18.). 바다의 타임캡슐…”도자기는 바닷속에서 볼 때 훨씬 예쁘죠”, 경향신문, https://m.khan.co.kr/culture/culture-general/article/202206181411001#c2b
・박상준. (2005.03.16). 하늘에서 유적을 찾다! -항공고고학, KISTI의 과학향기, https://bit.ly/3whdm0E
・이상희. (2015.01.14.). 최종경선! 최초의 인류는 누구?, 동아사이언스,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5907
・조연교. (2016.09.25.). “서해는 탁할지라도 수중고고학의 미래는 맑죠”, 성대신문, http://www.skkuw.com/news/articleView.html?idxno=12705
・함순섭. (2022.04.20). [한순섭의 역사공작소] 발굴과 도굴, 영남일보, https://www.yeongnam.com/web/view.php?key=20220419010002479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https://www.heritage.go.kr/main/?v=1660996969071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https://www.seamuse.g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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